당신들은 유능했지만, 도덕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며칠 전에 우연히 에리히 폰 만슈타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일관성 없는 독일어 표기와 좀 이상한 번역 및 더빙이 눈에 거슬렸지만, 전체적으로 내용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나치 골수로서의 에르빈 롬멜에 대한 재평가처럼 침략 전쟁을 옹호하고 기쁘게 수행한 야심가로서 만슈타인을 묘사했습니다. 만슈타인의 부관 중 하나였던 필립 폰 뵈젤라거(Philipp von Boeselager)의 만슈타인은 히틀러의 총애를 얻고 싶어했어요라는 발언을 아니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그가 히틀러에게 잘 보이고 싶어했다는 심적 확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에르빈 롬멜처럼 출세길이 막혔던 만슈타인은 히틀러에게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원수봉을 쥘 기회를 마련했습니다.「프리치-블롬베르크 사건」으로 프리치가 거짓 스캔들에 휘말려 사임하게 되자, 차기 육군 참모총장 후보였던 만슈타인은 히틀러에 의해 육군의 구체제가 붕괴하는 걸 목격했습니다. 소위「황제 육군」이 무너지는 계기가 된 사건이죠. 이어 육군 총사령관에 임명된 발터 폰 브라우히치는 자신을 육군 총사령관에 임명하고 장관의 지위를 부여한 히틀러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바이마르 공화국군의 히틀러 사병화를 획책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히틀러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도 모자라 육군 전체를 들어다 바친 것이죠.

이 사건을 목격한 만슈타인은 자신의 출세와 야심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확실히 깨닫고, 그때부터 히틀러와 접촉을 시작했습니다. 슐리펜 계획의 궁극적인 수정판인 소위 낫질 계획을 히틀러에게 열렬하게 소개하게 된 건 그 때문이었죠. 프리치가 불명예스럽게 물러나면서 프리치의 라인이라고 할 수 있었던 만슈타인 또한 출세길이 막혔는데, 이런 식으로 돌파구를 모색했습니다. 단, 만슈타인이 단순히 야심가라서는 아닙니다. 당시 독일 육군의 분위기 자체가 자국을 깔아뭉갠 프랑스와 주변국들에게 복수하고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되찾기 위해서 히틀러의 재무장과 군비확장 정책에 열렬한 환영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말인 즉슨, 육군 장군단이 히틀러의 정책을 지지하고 그에 동조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복수심과 애국심에 불타고 있던 바이마르 공화국 육군은 폰 제크트 대장의 지도 아래 물밑에서 재무장 작업에 이미 착수한 상황이었는데, 거기에 히틀러가 기름을 부은 격이었죠. 그리고 히틀러가 정권을 잡은 후 허울좋은 공화국군(Reichswehr)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국방군(Wehrmacht)라는 의미심장한 명칭으로 군의 이름을 개칭했습니다. 문민통제를 거부하며 국방장관과 국방성을 무시했던 육군은 근본없는 공화국 체제 따위보다는 히틀러를 정점으로 하는 신체제 국방군을 마음에 들어했습니다. 그들에게는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했으니까요. 그리고 브라우히치가 히틀러와의 불화로 사임한 후 육군 총사령관까지 겸하게 된 히틀러는 육군에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습니다. 당시 히틀러의 육군 총사령관 겸임을 권유한 건 프란츠 할더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슈타인은 전쟁술(Art of War)을 유감없이 발휘해 명장으로서 자신의 이름을 만방에 떨치기 원했고, 그에 대한 답은 이전 낫질 계획의 경험으로부터 도출했습니다. 히틀러는 그를 높게 평가했으나, 신뢰하지는 않았기에 만슈타인은 여기에 집중했습니다. 이로 인해 만슈타인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타락성을 보이게 됩니다.

만슈타인의 사령부로 가던 한 대위는 행동대(Einsatzgruppen)의 만행을 목격했다. 이는 범죄행위였다. "이미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상태였어요. 포로들을 향해 일제사격을 가해서 그들을 뒤로 넘어뜨렸고, 그래도 살아있는 사람들은 머리에 권총을 써서 죽이는 걸 보았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그건 집단학살이었어요.". 이 대위가 다큐멘터리에서 등장해서 관련 발언을 한 만슈타인의 부하 울리히 군체르트(Ulrich Gunzert) 대위였습니다. 이어서 다큐멘터리에서 이어지는 장면입니다.

다음은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만슈타인이 변호사에게 답하는 장면이다.

변호사: 유태인 총살 보고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
만슈타인: 받은 적이 없습니다.


이에 대해서 역시 울리히 군체르트는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제가 직접 그에게 유태인의 죽음에 관한 보고서를 올리고, 그걸 막을 방법에 관해 물었다면 더 빨리 깨달았을지 모르죠. 하지만 그렇지 못했어요. 만슈타인이 보고받는 일을 교묘히 피했기 때문이죠. 자신의 군대 내에서 부하들이 유태인을 총살해도 못 본 척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리고 우리가 후방의 점령지역에서 유태인을 총살하고 있다는 얘기를 할 때마다 자신의 군대가 점령한 지역이 아니라고 잡아뗐어요. 그의 관심은 온통 다른 데 가있어거든요.".


만슈타인은 후방에서 벌어진 학살행위에 침묵하는 수준을 넘어서 반쯤 동조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그에 대해 모른다고 대답하는 만슈타인에 모습과 얼마나 대조적입니까. 그리고 이건 만슈타인만이 취한 태도가 아니었습니다. 동부 전선을 담당한 대부분의 독일 고위 사령관들이 이러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그들은 후방에서 자국에 의해 어떤 만행이 벌어지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쉬쉬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관심은 온통 악화일로를 걷는 전선상황에 가있었죠. 동부전선의 비극은 단순히 나치 체제가 얼마나 잔혹하고 철저했냐라는 관점에만 국한해서는 명확하게 상황을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나치 정권의 비도덕성 만큼이나 나치 육군의 비도덕성도 그에 기여했기 때문이죠.

부패한 정권과 그에 동조하는 군대라는 조합이 얼마나 큰 재앙을 낳는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나치 독일 육군이 그들의 주장대로 나치 체제에 저항했다면, 동부전선에서 벌어진 전쟁범죄행위는 당연히 보안방첩부 산하 부대와 무장 친위대 그리고 일반 경찰에 의해서 이루어졌겠죠. 하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 바르샤바 봉기 진압 대장으로 유명한 폰 뎀 바흐가 연합국에게 면죄부를 받고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동부전선에서 전쟁범죄를 저지른 건 대부분 국방군 특히 규모가 컸던 육군이었습니다.

독일 육군 전체가 나치 체제의 톱니바퀴로서 훌륭히 기능했음을 증명해 주는 사례가 이렇게 많고, 고위 장성들의 비도덕성을 질타하는 증거가 전후 밝혀지면서 독일 육군은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던 나치 체제에 저항하는 전문기관으로서의 육군은 허상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침묵하는 수준을 넘어서 악의 방관자가 아니라 반쯤은 그것을 긍정하는 악의 동조자로서 악이 승리하는 데 일조했죠. 그들은 유능했지만, 도덕적이지는 못했던 것이죠.



"당신은 유능했지만, 도덕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돌격・강습・백병」 ─ 건담 거베라

건담 시제 4호기(GUNDAM GP04G)는 OVA 《기동전사 건담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에 설정상으로만 존재하는 가공의 병기이다. 지구 연방군에게 돌격・강습・백병전용이라는 컨셉을 바탕으로 설계된 모빌슈트이다. 코드네임은 건담 거베라(GUNDAM GERBERA)이다.http://piro.sakura.ne.jp/plastics/gff_rx78gp04... » 내용보기

27인치 LCD로 복귀!

8일만에 AS 보낸 27인치 LCD 모니터 복귀했습니다. 17인치 CRT로 보내던 굴욕(?)의 나날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그 동안 17인치 모니터에 적응이 나름 잘 돼 있었나 봅니다. 1년 넘게 쓴 27인치지만 8일만에 다시 보니 커보이는군요. 27인치면 쓰기 아주 적당한 크기죠. AS 기간이 지나서 피같은 돈 5만 원을 썼지만 어쨌든 기쁘군요. 피시뱅... » 내용보기

간만에 병신인증하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나름대로 양식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처구니 없는 발언을 해서 의기소침해졌습니다. 오히려 제2차 세계 대전에 관심이 적었을 때는 독일군과 소련군을 동일선상에 놓고 바라봤는데, 관심이 깊어진 현재는 독일군 쪽으로 추가 너무 기울어서 여과없이 편견을 드러내게 됐군요. 이 정도면 병신인증도 최상급 병신인증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마지막 보루가 없는 건 아닙니다... » 내용보기

히틀러도, 육군 총사령부도 미안합니다. 나치라서.

블롬베르크와 라이헤나우는 자신들의 의지에 따라 바이마르 공화국군으로 하여금 새로운 충성의 선서를 하게 만들었다. "나는 신의 이름으로 이 신성한 맹세를 한다. 나는 독일 국가와 민족의 지도자, 국방군 최고 사령관 아돌프 히틀러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을 바칠 것이며, 이 맹세를 지키기 위해 한 사람의 용감한 병사로서 언제든 목숨을 기꺼이 바칠 준비가 되어 있... »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