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넬리우스 라이언의 저서 144쪽(보급판은 169쪽): 라이언은 여기서 하르처와 하르멜 사이에 존재하지도 않는 라이벌 구도를 묘사해 놓았다. 실제 두 지휘관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협력이 존재했다. 제9 SS 기갑 사단은 2개 기갑 척탄병 대대와 1개 포병 대대를 제10 SS 기갑 사단에 인계했다.』
노르망디 전투에서 보병 전력을 괴멸당하시다피 하고 1944년 8월 29일 전투단으로 재편성된 호엔슈타우펜 사단은 사단장 프리드리히빌헬름 보크(Friedrich-Wilhelm Bock) SS상급대령 대신 임시로 발터 하르처 SS중령이 지휘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가 당시 휘하에 뒀던 병력은 후방 제대 병력을 포함한 패잔병 3,500명 정도였습니다. 만신창이가 된 제9 SS 기갑 연대 및 나머지 병력은 사단장 보크 SS상급대령과 함께 네덜란드로 한발 먼저 철수했습니다. 그에 따라 후군으로서 영미군과 치열하게 교전을 치르며 네덜란드로 철수한 하르처 SS중령에게 "호엔슈타우펜 전투단"의 지휘관 직이 계속해서 유지된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정식 사단장인 질베스터 슈타들러(Sylvester Stadler) SS소장이 사단의 지휘권을 인수하기 전까지 사단 작전주임인 하르처 SS중령이 1944년 10월 10일까지 임시 사단장으로 사단을 지휘했습니다. 문자 그대로 임시입니다. 전투단으로 재조직돼 재편성을 위해 독일로 철수 중이었던 호엔슈타우펜 사단에 정식 사단장을 발령낼 필요가 없었죠. 프룬츠베르크 사단도 전투단으로 재조직돼 있는 상황이었지만 호엔슈타우펜 사단으로부터 상기의 병력과 상당량의 장비를 받아서 사단으로서의 기본 구조는 갖추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마켓가든 작전이 개시되기 10일 전인 9월 7일 하르멜은 당시까지의 공적으로 SS소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라이언 씨의 주장대로 하르처가 마켓가든 작전 당시 하르멜에게 라이벌 의식을 가질 수 있는 처지였는가를 생각해 보십시오. 하르멜은 장군으로 정식 사단장인 인물이었고, 하르처는 SS중령으로 임시 사단장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하르처는 하르멜보다 6살이나 나이가 적었습니다. 이미 하르멜은 백엽장을 수훈한 전설적인 무장 친위대원의 반열에 올라있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1944년 12월 15일에는 검장까지 수훈). 연공서열로 따져도 무훈으로 따져도 나이로 따져도 하르멜은 하르처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라이벌 의식이라는 건 어느 정도 비슷한 상대에게 가질 수 있는 거지 이처럼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지는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호엔슈타우펜과 프룬츠베르크는 형제 사단이라는 인연에 따라 오랜 기간 함께 전투를 벌였기 때문에 장교, 병사할 것 없이 사이가 좋았습니다.
둘 다 SS특수목적부대 출신으로 하르멜은 데어 퓌러 연대에서 짬밥을 먹었고, 하르처는 도이칠란트 연대에 몸을 담았었습니다. 다시 말해, 둘 다 다스 라이허(Das Reicher)나 다름없었단 말이죠. 하르처가 상관이자 선배로서 입지전적인 인물인 하르멜에게 존경심을 가지면 가졌지, 질투나 시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동부전선에서 육탄 공격으로 전차를 격파한 전적까지 있는 하르멜에게서 사차원의 벽이 있는 것처럼 느끼지 않았으면 다행일 정도입니다.
흥미와 재미를 위해서 라이언 씨가 물심양면으로 노력한 건 알겠지만, 이런 식의 왜곡과 곡해는 상황을 이해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티케 씨가 자신의 저서에서 이를 짚고 넘어간 건 오해를 풀기 위해서였겠지만, 과연 짜증이 안 났을까요. 무장 친위대는 자기들끼리도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었다라는 이상한 분위기를 조장했는데 말입니다. 제가 버럭개그를 그만둔 건 이와 비슷합니다. 타협도 정도가 있는 거지, 재미와 흥미를 위해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거나 희화화하는 건 저는 물론이거니와 제 글을 읽는 사람들을 기만하는 행위입니다. '어차피 니들은 관심도 없고 사실도 모르잖아? 그러니 그냥 웃고 떠들기나 해!'라는 악의적 의도가 내포됐다는 거죠.
하인츠 하르멜과 발터 하르처의 라이벌설이 근거가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던 사람은 그냥 웃고 넘어갔겠지만, 무장 친위대에 호의적이지 않은 그리고 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과연 라이벌설이 어떻게 비춰졌을지 생각하면 답은 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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