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계급: 육군 중위
주요 보직: 제502 중전차 대대 2중대장
수훈 내역: 백엽 기사철십자 훈장
전차 격파수: 150~200대
《진흙 속의 호랑이》의 저자이자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 국방군 기갑 장교였던 너무나도 유명한 티거 에이스 오토 카리우스(Otto Carius)의 약력입니다. 보병으로 입대했지만, 전차병을 동경해 체코제 38t 전차의 탄약수로 전차병 생활을 시작한 '땅꼬마'가 어떻게 전설적인 전차 에이스가 될 수 있었는지에 관한 이야기죠.
동서적의 원어판인 《티거 임 슐람(Tiger im Schlamm)》은 1960년에 출간되었고, 영어 및 일본어 등으로 번역돼 각국에서 스테디셀러로서 현재도 꾸준히 팔리고 있죠. 그가 단순히 티거 에이스라서 이 서적이 이렇게 많이 팔리는 건 아닙니다. 전장의 생생함이 드러나고 전차병들의 고충이 녹아든 자세한 경험담은 흥미로운 간접 체험으로써 손색이 없기 때문이죠. 더욱이 당시 무적에 가까웠던 중(重)전차 티거는 본래 인기가 많은 전차라 티거 전차병의 수기는 여러 모로 흥미를 끌 요소가 많습니다.
실제로 장기간 티거를 전장에서 몰아본 카리우스 영감은 현 대한민국 육군 전차병들이 K1 전차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궤도 연결핀 이탈 문제가 티거에서도 나타났기에 이에 관한 상세한 이야기를 남겼죠. K1 전차 초기 궤도 연결핀이 빠져서 궤도가 종종 이탈하는 현상이 있었는데, 현재는 개량을 거쳐 거의 해결이 됐습니다.
이외도 57톤에 이르는 거대한 중전차를 움직이는 데 필요한 노력과 그에 따른 고충에 관해서도 상세히 서술했기에 티거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카리우스 영감의 자서전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명문 독일 전차 부대인 제502 중전차 대대의 핵심 인물이기도 했죠. 이렇기에 독일 연방군 기갑 장교로 41년을 복무한 예비역 대령이자 독일 티거 전차 부대에 관한 전무후무한 명저 《타이거즈 인 컴뱃(Tigers in Combat)》 시리즈를 저술한 볼프강 슈나이더 씨는 고전으로서 카리우스 영감의 자서전 《진흙 속의 호랑이》를 꼽고 있습니다.
제502 중전차 대대사가 정리된 《타이거즈 인 컴뱃 1권》에 카리우스 영감의 이름이 총 27번 등장합니다. 이는 엄청난 기재 횟수로 부대 약사에 개인의 이름이 이 정도로 많이 등장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특정 부대 하나를 집중적으로 다룬 경우라면 모를까요. 카리우스 영감은 '독일 제502 중전차 대대의 혼'이라고 표현해도 될 만한 인물인 거죠.
이러한 인물의 이야기가 2012년 말이 돼서야 우리말로 번역돼 출간된 건 매우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티거 부대사에 의미있는 궤적을 남긴 카리우스 영감의 회고록은 작년 11월에 이미지 프레임을 통해 우리나라에 정식 출간됐습니다. 역사 및 군사 관련 서적을 주로 번역하시는 이동훈 씨에 의해─옥의 티가 있긴 하지만─깔끔하게 번역됐죠.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도 우리말로 잘 번역이 돼서 읽기가 편합니다. 1944년 4월 20일 맹수 사냥꾼으로 유명한 소련제 자주포 ISU-152에게 탑승한 티거를 직격당하고 죽다가 살아난 카리우스 영감과 휘하 승무원들 이야기라든가, 가옥 뒤편에 엄폐한 셔먼을 야크트티거의 128mm 포탄으로 건물째 날려버린 이야기는 재미도 재미지만 당대 무기들의 위력이 어땠는지에 관한 사료로도 가치가 있습니다.
카리우스 영감이 내린 당대 무기에 대한 평가는 전후 전문가들의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실제로 ISU-152는 소련군의 맹수 사냥꾼으로 맹위를 떨쳤고, 야크트티거의 128mm 주포는 엄청난 위력을 자랑했죠. 카리우스 영감이 성능 찬양으로만 1장을 할애할 정도로 막강한 성능을 자랑했던 티거 전차는 기계적 신뢰성에 관한 문제로 한 때 장점 만큼 단점도 큰 전차로 인식됐지만, 발터 슈필베르거, 힐러리 도일, 토마스 옌츠를 비롯한 세계 최고의 독일 전차 전문가들의 연구를 통해 그 오해를 벗었습니다. 1942년에 등장해 1945년 종전까지 현역 장비로서 연합군 병사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된 티거의 명성은 과장이 아니었죠.
이러한 재밌는 이야기를 드디어 우리말로 읽을 수 있게 됐습니다. 영어판인 'Tiger in Mud'를 먼저 재밌게 읽긴 했지만 우리말이 아닌지라 몰입감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죠.
"T-34 하루에 38대 격파하면 뭐하겄노~"
"좋다고 소고기기사철십자 훈장 수훈하겠죠!"
이미지 프레임에서 별책 부록으로 티거피벨(Tigerfibel = 티거 입문서)을 포함시켰는데, 어떤 면에선 본서적보다 이게 더 중요하다는 느낌이 드는 물건이죠. 여러 도면과 사진 그리고 그 시대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설명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흥을 일으킵니다. 이미 웹상에서 영어로 번역된 티거피벨을 보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우리말로 돼 있는 실물은 느낌이 다릅니다.
'땅꼬마' 오토 카리우스 이등병이 전설적인 전차 에이스가 돼 가는 과정을 비롯해 당위성 없는 침략 전쟁 끝에 패망 직전에 몰린 조국을 서글프게 바라보면서 군인으로서 싸울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대한 그의 상황 인식을 통해 제3자인 우린 당대의 상황을 생생하게 조망할 수 있습니다.
《진흙 속의 호랑이》는 제2차 세계 대전을 바라보는 하나의 훌륭한 프리즘이라 해도 될 겁니다.
제 스마트폰의 저성능 카메라로 찍은 이미지는 분위기를 다운 시킬 거 같아서
출판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깔끔한 이미지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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